오연호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마이북, 2014) (2025)

문학이야기

오연호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마이북, 2014)

Lian

2014. 10. 22. 11:58

이웃추가

덴마크, 행복지수 1위인 나라. 그 국민들은 어떤 이유로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까. 동시에 우리나라는 왜 행복하다가 느끼는 사람이 적을까. 유독 덴마크인들이 낙천적인 이유에서 일까. 무수한 철학자의 행복론을 읽으며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으려 했지만, 단순히 내면에서 우러나는 긍정적인 사고관도, 흥미의 분야를 넓히라는 조언도, 어딘가 부족하다. 오연호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서 이 행복에 대한 실마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있다. ‘나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물론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행복을 제대로 보장해주는 것은 행복한 사회, 행복한 국가’ (200)라고. 결국 제목처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란 질문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각종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자살률, 산재사망율, 연간 노동시간 등에서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며, 반면에 출산율, 사회복지 지출, 노동생산성 등의 지표는 최저의 수준이라고 한다. 왜 이런 지경에 처했을까. 학생은 학교에 가는 것을 싫어하고, 직장인은 과도한 근무시간과 더불어 고용의 불안정으로 수심이 그득한 채 고된 일터로 향한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물가와 상대적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러있는 임금 수준만 비교해봐도 현재의 삶은 각박해질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지금의 복지수준이라면 노후도 불투명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래저래 고단한 삶의 연속이니 자연스레 행복하다며 얼굴 가득 만면의 웃음을 띨 리가 있을 텐가.

560만 명의 조그만 나라이며, 연간 해가 비치는 날이 50여 일에 불과하다는 덴마크. 천연자원도, 관광지도 딱히 없는 이 북유럽의 조그만 나라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그 비밀을 켜기 위해 덴마크를 세 차례 방문한 저자는 서두에 6개의 키워드를 소개하고 있다.

첫째, 자유. 이는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이른다. 무엇을 선택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 안정. 자유는 사회의 안정망에서 비롯된다. 평생 무료인 병원진료비에 대학까지 무상교육이 실시된다. 실직을 해도 2년간 월급 수준의 보조금이 나오니 여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 셋째, 평등. 직업에 대한 귀천이 없고, 어떤 일을 하건 자존감을 갖는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넷째, 신뢰. 고소득자의 경우 월급의 50 % 가까이 세금을 내지만 불만이 없다고 한다. 그 세금이 잘 쓰여져 골고루 혜택을 본다는 신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다섯 째, 이웃. 다양한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각별한 이웃공동체가 뿌리내려져 있다. 어느 덴마크인은 행복한가 아닌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이웃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이나 공포를 느낀다면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 (109)다고 했다. 여섯 째, 환경. 직장인의 35%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평균 소요시간이 15분 내외이다. 이는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삶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자연에너지만으로 에너지 자급률이 100 %를 넘고 있다고 하니.

6개의 키워드로도 덴마크의 기적과도 같은 행복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지만, 행복한 학교와 행복한 직장의 실체를 알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가 경이였고 동시에 부러움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선행학습이니 하며 학습능력 향상에 매이고,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이미 꿈은 좋은 대학 진학에 올인하는 세태는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는 환경이라고 할만하다. 어느 날, 아이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꿈을 빨아먹는 시기이니 미래에 어떤 일을 하면 가장 행복할 수 있는지를 찾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그러자 아이들이 먼저 성적을 걱정하고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진다고 아우성이다. 행복과 성적을 동일시하는 고정관념이 은연중에 아이들의 뇌리에 각인된 채 친구와의 우정이나 삶의 아름다움을 누리기보다 경쟁사회의 현실을 우선시하게 만든 것이다. 직장생활은 어떤가. 직업의 귀천은 둘째치고 어느 직업이건 불안을 느끼는 상황은 어슷비슷하다. 노후가 걱정이 되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여유를 가진 채 누리고 즐기는 삶과는 등질 수밖에 없다. 출퇴근시간이 1시간을 넘기기가 일쑤이고, 교통체증이 극심한 날에는 2시간을 대중교통에서 시달린다. 이미 지친 상태로 출근해서 또 집중근무제라며 강도 높은 근무시간을 강요당하는 마당에 즐거운 일터는 요원하지 않을까. 노동생산성이 최하위 수준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단어가 앞서 행복사회 덴마크의 키워드로도 꼽힌 신뢰였다. , 신뢰란 세금을 내면 그 세금이 사회안정망의 근간으로 쓰이리란 믿음이다. 조만간 수자원공사에서 수도세를 올린다고 한다. 4대강 사업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이 그 이유란다. 이미 22조원의 혈세를 쏟아 부은 역사상 최악의 국책사업인데, 해당 공기업의 재무건전성까지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 이렇듯 세금이 위정자의 오판으로 낭비되어도 책임을 묻는 것은 고사하고 그 뒷수습까지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면 누구든 탈세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으랴. 해마다 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착한 국민들도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성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시적소에 쓰이는지 불투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내가 낸 기부금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도 의뭉스러울 때가 있다. 이 모두는 신뢰의 문제다. 도무지 믿고 맡길 만한지 가늠할 길이 없다. 그러니 증세를 통해 복지기금을 확보한다고 해도 반발이 심한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여서 나 개인에게도 혜택이 온다는 체험을 늘려가는 것이 증세 저항감을 줄이는 지름길이’ (107)라고 한 저자의 지적은 적절하다. 결국 이런 증세 저항감은 불신에서 비롯되고 우리나라의 보편적 복지를 먼 미래의 희망사항으로 내몰리게 만든 셈이다.

지금도 행복한 삶, 행복한 사회를 꿈꾼다. 누군가 요즘 고민이 뭐냐고 물으면, 덴마크 국민들처럼 한참을 망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결코 이상적인 유토피아가 아닌 다음에야 우리는 왜 그런 사회를 만들지 못하는가. 그런 면에서 저자가 제시한 덴마크의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퇴근 후 집에 오면 가정이 평온치 않을 때가 더러 있다. 카톡이나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과 아내의 대치상태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것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하교 후에 학원에 가야 하고, 집에 와서는 숙제를 해야 하는 공부의 연속이고, 성적만 나오면 의기소침해지곤 한다. 그래서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예의 카톡을 통한 수다나 게임 삼매경이 아닐까도 싶다. 그런데 이를 못하게 하니 불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그 원인 중의 하나는 학교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덴마크 사람들이 생각하는 학교의 역할은 분명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첫째, 학교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학생 스스로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다. 둘째, 개인의 성적이나 발전보다 협동을 중시한다. 셋째,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와 교장 중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학교 운영의 주인이 된다. 넷째, 학생들이 여유 있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인생을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법을 배운다. 다섯째,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사회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걱정이나 불안감 없이 안정되어 있다’ (153)고 한다. 그러면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몇몇 혁신학교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선학교는 성적으로 서열을 매기고 오로지 공부에 혈안이 되어 있다. 어떤 인생을 살지를, 어떻게 인생을 즐기는지를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동시에 덴마크 학교에서 지향하는 교육의 목표 혹은 가치관도 새겨들어야 한다. ‘덴마크에는 성적 우수상이 아예 없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여러 가지 능력 중 하나이기 때문에 특별히 따로 상을 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교사의 애정이 학생들에게 골고루 나뉘어 모든 아이가 저마다의 장점을 칭찬받을 수 있다’(156)라거나, “어떤 학생은 스포츠를 잘하고, 어떤 학생은 수학을 잘하고, 어떤 학생은 노래를 잘하죠. 우리는 그 점을 북돋워줘서 단 한 명이라도 난 아무것도 못해라고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합니다. 물론 어느 방면에서든 다른 학생들보다 뛰어난 학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그 학생에게 네가 최고다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다른 친구를 좀 도와주렴’, 이렇게 하죠” (175) 라고 말하는 어느 선생님의 얘기를 우리나라의 학교에서 들을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의 교육현실과 이토록 다를까? 덴마크 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룬트비는 덴마크 교육철학의 핵심은 즐겁게자유롭게’’(183)라고 부르댔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도 배우지만 더 중요하게는 어떤 사회인이 될지,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엇인지 배우고 있죠” (184)라고 말한 어느 학생의 자신감에 찬 말이 뇌리에 맴돈다.

행복은 ‘have to’에서 나오지 않아요. ‘like to’에서 나오죠. 의무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 것에서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어요” (225)

어느 덴마크인의 얘기다. 비단 아이들뿐 아니라 일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내 삶에도 둔중한 충격을 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직장인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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